'이 가격 실화?' 관광객들 깜짝…일본여행 '필수코스'의 비밀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4-01-30 07:03   수정 2024-01-30 10:39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⑧에서 계속
일본 여행의 인기코스 가운데 하나인 돈키호테는 왜 쌀까. 돈키호테에서만 볼 수 있는 재밌는 상품과 파격적인 가격이 손님을 끌어모으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돈키호테는 일단 취급 상품이 어마무시하게 많다. 도쿄 메구로구 돈키호테 나카메구로 본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6만점에 달한다. 없는게 없는데다 입구에는 '이 가격 실화야?' 싶을 정도로 싼 상품이 즐비하다.



돈키호테는 매장 안으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미끼 상품을 '자석상품'이라고 부른다. 돈키호테에 들어가는건 자유지만 나오는 건 쉽지 않다. 계산대까지 동선을 교묘하게 배치해 고객이 두세번 가게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게 했다. 자석상품에 홀려 돈키호테를 찾은 고객이 '돈키호테털이'를 하게 만드는 구조다.

사실 돈키호테의 상품이 다 싸지는 않다. 경쟁사와 비슷한 가격의 상품도 많다. 초저가 상품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인 뒤 다른 상품까지 구입하도록 유도해 전체적으로 이익을 올리는게 돈키호테의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파격적으로 싼 상품을 어떻게 구하느냐다. 돈키호테는 일본 유통업계의 '3분의 1 룰'을 활용한다.

일본 유통업계에는 3분의 1 룰이라는 상거래 관행이 뿌리깊다. 유통기한이 6개월인 상품이라면 기간이 2개월만 넘겨도 진열대에서 내리고 도매상에 반품하는 관행이다. 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이 특히 3분의 1 룰에 엄격하다.



돈키호테는 유통기한이 4개월 남은 반품 상품을 도매상으로부터 싸게 사들여 '특매품' '자석상품'으로 변신시킨다. 유통업계에서 돈키호테 같은 할인점을 '소매의 최종처분장'으로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오는 4월부터 3분의 1 관행을 파고든 돈키호테의 전략이 더 이상 먹혀들기 어렵게 됐다. 일본의 대형 슈퍼마켓들이 관행을 바꾸고 있어서다.

올해 3월 아시아 최대 유통회사 이온그룹의 슈퍼마켓인 마루에쓰와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라이프코퍼레이션, 서밋, 그리고 사이타마에 기반을 둔 야오코 등 4개 회사가 물류연구회를 시작했다. 10월 중순에는 또다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와 도큐스토어, 이바라키현 기반의 가스미 등이 가세하면서 참가사가 10곳으로 늘었다.



이들은 유통기한이 6개월 이상인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적용하던 3분의 1 룰을 2분의 1룰로 통일시키기로 했다. 2개월이 아니라 3개월이 지난 상품을 반품한다는 것이다. 라이프 등 4개 슈퍼마켓 체인은 이미 2분의 1 룰로 전환을 마쳤다. 도큐스토어 등 나머지 참가사들도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반품된 제품을 싸게 사서 되파는 돈키호테의 선택지가 줄어들게 됐다.

일본은 한번 굳어진 관행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나라다. 에도시대(1603~1867년)부터 상거래가 발달한 상인의 나라답게 상거래 전통은 더욱 그렇다. 일본의 상거래 관행을 다진 대표 유통기업들이 앞장서서 관행을 바꾸는 건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물류 2024년 문제' 때문이다.



물류 2024년 문제란 오는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가 부족해 택배를 포함한 물류의 상당 부분이 멈추는 사태를 말한다. '일본판 주52시간 근무제도'인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의 확대 적용에 따라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의 연간 잔업시간이 960시간으로 제한되는데 따른 변화다.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올해 당장 일본 전체 화물의 14%가 멈출 전망이다. 2030년에는 전체 물류의 34%가 멈추게 된다. NX종합연구소는 이대로라면 물류 정체에 의한 수요 감소로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10조엔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GDP의 2%에 해당하는 액수다. 인구감소의 역습…'물류 2024년 문제'⑩으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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